2023-03-02

BTS, 에이티즈… 콘서트 무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계관 구현부터 월드 투어까지, 콘서트 연출의 이모저모
콘서트를 상상하자. 무엇이 떠오르나? 공연장이 떠나갈 듯 울리는 함성, 관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아티스트, 멜로디에 맞춰 흔들리는 응원봉과 그 수만 개의 빛이 이루는 물결. 음악으로 교감하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서 탄생하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장면을 받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화려한 무대 장치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 음악이 잘 들리도록 음향을 정교하게 매만지는 사람, 무대와 무대 사이 재생되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 응원봉의 불빛을 제어하면서 공연장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사람…. 다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여 하나의 공연을 완성한다.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런던. 이미지 출처: BTS official facebook

콘서트 연출 감독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나의 그림을 구상하고 전 과정을 감독하는 사람이다. BTS, 태연, 에이티즈 등 전 세계 관객이 열광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든 공연 연출 회사 플랜에이(PLAN A)의 서동현 프로듀서에게 콘서트 무대 연출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월드 투어부터 팬데믹을 기점으로 출현한 온라인 콘서트, 엠넷의 인기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 이야기까지 두루 나눴다.

※ 서동현 프로듀서가 직접 연출한 공연은, 사진 및 영상 캡션 앞에 별표(*)를 표기해 구분했다.

interview 서동현 프로듀서

1. 공연의 전후, 무대의 위아래

콘서트 연출 감독은 무대는 물론 공연장 안팎의 모든 일을 설계하고 준비한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영화에 영화감독이 있듯 콘서트에도 연출 감독이 있습니다. 연출을 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을 갖고 실제 공연장에서 장면이 이루어지도록 무대 디자인의 방향을 정하고 조명과 영상을 디렉팅하는 등 전체 프로덕션을 지휘하는 역할을 해요. 무대, 조명, 영상, 장치, 특수효과, 음악 등 모든 부분을 유기적으로 종합해서 ‘콘서트’라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도록 전 과정을 감독하는 일이죠. 아티스트의 동선이나 액팅, 떼창 타이밍 등 연출 포인트에 맞는 편곡을 의뢰하기도 하는 등 프로덕션 외에 퍼포먼스와 음악도 연출 의도에 맞게 정리합니다. 연출을 기획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획은 어떤 아티스트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공연을 하면 좋을지 정하는 일이라면 연출은 그 공연을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는 일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공연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실제 공연이 이루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요?

기획사 측으로부터 연출 의뢰를 받으면 콘서트 타이틀과 콘셉트부터 고민합니다. 그에 맞게 무대 디자인을 하고 셋리스트(setlist)를 정하고 큐시트를 작성하지요. 큐시트에는 공연의 흐름과 아티스트의 동선, 연출 내용, 그리고 어떤 프로덕션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큐시트의 정보가 타이밍과 함께 상세히 적혀 있는 문서를 작성하는데, 이를 큐노트 또는 가사집이라고 해요. 큐시트와 큐노트는 연출 감독에겐 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문서를 바탕으로 모든 프로덕션이 각자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이죠.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런던, RM ‘LOVE’ 무대. 이미지 출처: disguise

그 후엔 이 문서들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사전에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신나게 연출을 짰을 때와는 상반되는 고통(?)이 뒤따르는 때이죠. 이런저런 일을 벌린 과거의 나를 원망할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파트와 소통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요. 공연장에서는 테크 리허설(아티스트 없이 프로덕션만 진행하는 리허설)을 거치며 또다시 새로운 문제들과 씨름하는 한편 조명, 영상 등의 타이밍을 조정하며 연출을 다듬어요. 아티스트 리허설 때도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실제 공연과 같은 상태로 준비를 마치고요. 여러 회차로 진행하는 공연이라면, 첫날 공연이 끝난 직후 노트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관객의 반응을 더 잘 끌어낼 수 있도록 연출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공연을 위해 미술, 음향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전력을 다하겠지요. 공연 구석구석에서 노력하는 분들에 대해 들려주세요.

사실 연출 감독은 그 어떤 것에도 전문가라고 할 수 없어요. 연출 감독의 연출안을 바탕으로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여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니까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파트들이 공연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파트를 빠짐없이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요. 프로덕션에 속한 팀들에 한해 소개한다면, 먼저 공연의 셋업부터 철수까지를 책임지고 무대 쪽 진행을 관장하는 무대 감독 팀이 있습니다. 무대 파트엔 무대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현실로 만드는 제작소, 그리고 무대를 세우는 구조물 팀이 있고, 비주얼 파트로는 조명과 전식(전기 장식), 레이저, VJ(LED에 나오는 영상 콘텐츠), 응원봉 중앙제어 팀이 대표적입니다.

* 2022 Jackson Wang 〈Magic Man〉 Tour 스태프 단체 사진. 사진 제공: 서동현

사운드 파트는 관객들이 듣는 소리와 아티스트가 듣는 모니터를 담당하는 음향 팀, 악기를 세팅하고 관리하는 악기 팀, 공연용 음원을 조정하고 재생하는 프로툴(Pro Tools)* 엔지니어가 함께합니다. 최근 비주얼에서 영상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많은 물량의 LED가 필요해졌어요. LED를 설치하고 운용하는 영상 팀, 그리고 현장을 관객들에게 자세히 전달하는 중계 팀, 라이브 스트리밍을 담당하는 송출 팀도 함께합니다. 화약과 꽃가루 등의 특수효과와 리프트 같은 각종 자동화 장치를 담당하는 특효 팀도 중요한 파트입니다. 그 외에도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안전진단 팀, 전기 파트를 담당하는 간선, 발전차 팀, 공연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DVD 팀 등 다양한 전문가가 공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 전문 음향 소프트웨어의 하나
* 2022 Jackson Wang 〈Magic Man〉 Tour ‘Cruel’ 무대. 이미지 출처: Team Wang

계획이 실제로 구현되는 건 공연이 임박했을 때잖아요. 준비하는 동안은 실제가 아닌 것을 가지고 ‘정말 구현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봐야 할 텐데요. 계획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연출자에게 있어 계획과 실제의 간극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또 없을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출자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관련된 수많은 팀과 아티스트에게 잘 설명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활용한 프리비즈(Pre-visualization)를 통해 실제에 가깝게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도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기 전에도 수많은 단계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간극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빠르고 좋은 설명이 될 때가 있습니다. 손으로 간단한 그림을 그려 설명하거나, 편곡 시 원하는 효과음이나 타이밍이 있다면 음악을 틀어 놓고 입으로 소리 내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아티스트에게는 연출자가 직접 액팅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을 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리얼타임 3D 제작 프로그램 중 하나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서울. 응원봉을 제어해 만든 광경. 이미지 출처: BTS official facebook

2. 한 편의 이야기처럼

PLAN A는 한 권의 책처럼 서사가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고요. 하나의 서사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공연을 구성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서사가 있는 공연을 추구하는 이유는 관객이 공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특히 ‘세계관’이 중요한 요소가 된 케이팝 공연의 경우, 서사 없이 구성하기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서사의 큰 줄기는 비디오를 통해 전달합니다. 오프닝 비디오로 공연 전체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드러내고 중간 비디오로는 서사를 빌드업해요. 그리고 본 공연과 앵콜 사이 앵콜 비디오로 서사를 마무리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죠. 비디오 사이에는 많은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흐름을 관객들이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전후로 서사에 어울리는 곡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해요.

* 2017 BTS 〈THE WINGS TOUR〉 유튜브 캡처 이미지

또한 비디오에서 전달하지 못한 내용이나 현장에서 직접 전달하는 편이 더 임팩트 있겠다고 판단한 부분은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줍니다. 비디오뿐 아니라 퍼포먼스로도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죠. BTS의 3부작 콘서트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특히 3부작의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THE WINGS TOUR〉 콘서트는 앨범의 모티브인 소설 〈데미안〉을 바탕으로 서사가 퍼포먼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보여주기 시작한 앨범 〈화양연화〉를 바탕으로 한 2015 〈BTS LIVE: 화양연화 ON STAGE〉 콘서트 역시 유사한 흐름으로 진행되고요.

▲ *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 in Seoul 프리뷰 영상

케이팝에서 아티스트의 콘셉트는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어요. 오랜 시간 계획해 탄생한 콘셉트나 세계관 등을 공연장에서 구현하는 일이 관건일 듯합니다. ‘눈에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아티스트나 팬이라면 다 알고 있는 무언가’를 어떻게 비주얼화해요?

콘셉트나 세계관을 접하는 첫 번째 경로는 앨범입니다. 뮤직비디오 역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고요. 앨범과 뮤직비디오로 학습하게 된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비주얼이나 내용을 공연에서 선보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요. 향후 앨범에서 선보일 세계관과 충돌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죠. 기존에 공개된 내용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기획사 측과 협의하여 공연에 녹이게 되는데, 이를 통해 팬들이 세계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세계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공연에 활용할 수 있다면 연출자 입장에서도, 팬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되지요.

* 2022 ATEEZ 〈The Fellowship: Beginning of the End〉 파리 ⓒ KQ엔터테인먼트

케이팝 콘서트의 묘미 중 하나는 공연 사이사이 나오는 비디오예요.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으면서, 아티스트의 원래 콘셉트와도 이어지면서, 팬들을 열광시키는 요소까지 포함돼 있잖아요. 이 비디오도 직접 계획하나요? 그렇다면 어떤 영상을 만들려고 해요?

PLAN A에서는 직접 비디오 내용을 구상하고 원고를 작성합니다. 비디오는 연출자가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콘셉트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디오는 ‘하나의 흐름’이 느껴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비디오를 통해 관객에게 공연의 콘셉트를 이해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세계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고 싶게끔 하는 장면으로 구성해 관객이 공연에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하죠. 다음 무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하여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비디오의 배경음악을 다음 무대 노래의 리프를 녹여서 만들면, 비디오와 다음 무대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지겠죠.

▲ * 2022 ATEEZ 〈The Fellowship: Beginning of the End〉 개최 발표 비디오

3. 새 시대의 무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어도 함께하고 있죠. 월드 투어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호기심이 일어요. ‘그 장비를 어떻게 다 들고(?) 가서, 환경이 다른 공연장에 다시 설치하고, 해외 스태프와 손발을 맞추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투어 내내 동일한 퀄리티의 쇼를 선보이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내한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 진행했던 공연과 규모나 장치가 달라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균일한 쇼 퀄리티를 위해 필수적인 제작물은 정말로 들고 갑니다! 때로는 빡빡한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같은 제작물을 여러 개 만들어서 다다음 도시에 먼저 보내 놓기도 하죠.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LA ‘Dionysus’ 무대. 이미지 출처: BTS official facebook

또 테크니컬 라이더(Technical Rider)라는 서류가 있어요. 공연을 위해 필요한 장비나 기술적인 내용을 명기한 서류인데요, 이를 작성해 해외에 보내면 현지에서 장비를 맞춰 준비해 줍니다. 장비뿐 아니라 공연을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감독과 크루도 함께 투어를 돕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라면 현장에서 현지의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빠른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사전 준비를 할 때는 현장의 실무자를 미리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인데, 프로덕션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들과 선제적이고 빠짐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서울 ‘Dionysus’ 무대. LA 공연과 같은 무대 장치가 보인다. 이미지 출처: BTS official facebook

해외와 국내 모두 경험한 입장으로서, 국내외 공연 환경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껴요?

해외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징들이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의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공연장 환경과 설치부터 운송까지 효율적인 프로덕션 구성이 떠오르네요. 기술력의 차이라기보다, 해당 지역에선 국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투어가 다양한 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투어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봐야 맞겠죠. 공연장은 장비의 반입/반출과 설치가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장비 역시 여러 도시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줄일 수 있게 세팅하는 식입니다. 국내에도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 전문 아레나 공연장이 여럿 지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 공연장 환경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런던 공연이 열린 웸블리 스타디움. 사진 제공: 서동현

팬데믹과 함께 공연 환경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죠.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 등 온라인 콘서트가 퍽 널리 퍼졌어요. 기존 오프라인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로서 접근할 필요도 있었을 듯한데요. 온라인으로만 송출되는 콘서트 연출에서 필요했거나 중요했던 요소는 무엇이었어요?

무엇보다도 현장에 관객이 없다는 부분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태프는 물론이고 아티스트 역시 공연을 완성하는 건 관객이었음을 몸소 느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면 공연을 온라인으로 옮겨오겠다’는 접근보다는 온라인 콘서트를 ‘하나의 영상 콘텐츠’로서 접근하는 쪽이 연출의 폭을 넓히고 관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이었어요. 일반 공연장 대신 콘셉트에 맞는 장소에서 진행하거나, 사전 녹화 무대나 공간 배경을 여러 종류로 준비했어요. 다채로운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화면을 통해 시청하는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죠.

▲ BTS 〈MAP OF THE SOUL ON:E〉 집에서 즐기는 콘서트 가이드 영상. (온라인 콘서트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다.)

무대적인 부분 외에도 아티스트가 공연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현장 스태프가 적절하게 리액션하거나, 온라인 관객의 반응을 채팅창에서 큐레이션 해 보여주면서 아티스트가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을 도울 수 있었죠. 또한 온라인 콘서트의 특징 중 하나는 AR, XR 같은 최신 기술의 접목이에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언제나 기술은 목적이 아닌 연출의 수단으로 활용할 때 좋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BTS 〈MAP OF THE SOUL ON:E〉 DVD 프리뷰. 온라인 콘서트 모습을 가늠하고, 온라인 콘서트를 하는 가수의 소감을 들을 수 있는 영상이다. (온라인 콘서트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다.)

2021년 엠넷에서 방영한 〈킹덤: 레전더리 워〉에서 에이티즈의 무대 연출을 맡았죠. 이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 쌓아 왔던 노하우를 집약한 현장이었다”라고 표현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콘서트와 또 다르게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했어요. 방송용 케이팝 무대 연출에서, 흐름과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듣고 싶어요.

경연 무대 단 한 곡을 통해 전달하는 서사는 2~3시간 길이의 콘서트에서 이루어지는 서사에 비해 훨씬 압축적이고 ‘바빴’습니다. 이 무대가 어떤 무대인지를 전주가 흐르는 1분 안에 설명해야 했고, 소절 단위로 장면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으니까요. 뮤지컬과 케이팝 무대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연을 여러 번 거쳐야 했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내 진행한 모든 경연들의 서사가 하나로 연결되게끔 구축하려고도 노력했습니다.

* 〈킹덤: 레전더리 워〉 에이티즈 1차 경연 비하인드 포토. 비주얼이 ‘배 위의 해적’ 콘셉트를 드러낸다. 이미지 출처: 엠넷 네이버 포스트

콘셉트를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기 쉽게, 단번에 알아챌 수 있도록 비주얼을 설정했습니다. 1차 경연 무대였던 ‘원더랜드’를 예로 들면 의상과 소품, 세트, VJ를 통해 ‘아, 이건 배 위의 해적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또한 세계관을 무대에 녹여냈기 때문에 앨범과 뮤직비디오에서 공개된 비주얼을 활용해서 서사의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장치 없이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5분이 안 되는 시간 내에 전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 〈킹덤: 레전더리 워〉 에이티즈 1차 경연 비하인드 포토. 의상부터 소품, 무대 장치 등을 모두 철저히 계획했다. 이미지 출처: 엠넷 네이버 포스트

4. 함성을 먹고 사는 사람들

공연 연출이라는 일에 뛰어든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이 일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항상 창작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러한 면에서 상당히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매번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매번 배우는 자세로 임할 수 있달까요? 또 케이팝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행운입니다.

* 2022 Jackson Wang 〈Magic Man〉 Tour ‘All the way’ 무대. 이미지 출처: Team Wang

PLAN A 김상욱 대표 프로듀서는 한 포럼에서 공연 연출자에 대해 “함성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공연 연출 일의 기쁨은 어디에 있을까요.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의 표정을 살핍니다. 가끔은 로비로 나가서 관객들이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올라온 본인의 이름을 사진으로 남기는 스태프를 보게 될 때면 정말로, 정말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아무도 자세히 보지 않는 엔딩 크레딧이지만, 거기 쓰인 본인 이름 석 자만 봐도 그간의 고생이 씻겨 나가는 묘한 순간의 마음을 알거든요. 공연을 만든 모두가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 2022 ATEEZ 〈The Fellowship: Beginning of the End〉 FOH 콘솔 모습. 이미지 출처: 포토그래퍼 @boobagraphy 인스타그램

공연이 끝난 날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피곤하지만 새벽까지 관객들의 반응을 보느라 쉬이 잠들지 못하곤 합니다. 공연을 본 분들이 저를 아는 것도, 저를 직접적으로 칭찬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고 있으면 그만한 보상이 또 없습니다. 연출적으로 준비한 포인트를 알아봐 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공연 만드는 사람들을 더 많은 관객이 알아주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준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함성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요.

* 2019 BTS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our 서울. 이미지 출처: BTS official Facebook ​

기억에 남는 무대

서동현 프로듀서 Pick!

1. 잭슨 〈MAGIC MAN〉 월드 투어

* 2022 Jackson Wang 〈Magic Man〉 Tour 이미지 출처: Team Wang

“현재 진행 중인 잭슨(갓세븐)의 투어입니다. 다국적 팀이 함께 모여 완성도 있는 비주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케이팝 스타일과는 다른 멋을 볼 수 있습니다.”

* 2022 Jackson Wang 〈Magic Man〉 Tour 이미지 출처: Team Wang

2. 〈킹덤: 레전더리 워〉 에이티즈 1차 경연 Symphony No.9 “From The Wonderland”

“단 한 곡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무대입니다.

아티스트, 음악, 안무, 스타일, 프로덕션 모두가 전력을 다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3. 2019 BTS 월드 투어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케이팝 최초의 스타디움 투어라는 점에서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경험이었고 현재까지도 공연을 만드는 데 소중한 자산입니다.”

김유영 기자

사진 제공 서동현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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