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6

핀란드 숲에 지은 물류센터, 피니시 디자인 숍

디자인과 지속가능성, 직원들의 웰빙 고려한 공간
처음 공간 사진을 받았을 때는 새로운 북유럽 부티크 호텔인가 싶었다. 북유럽 디자이너의 제품으로 꽉 채워진 라운지, 아늑함이 감싸는 실내 공간, 건물을 둘러싼 숲, 거기서 채집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그런데 물류센터란다. 핀란드와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피니시 디자인 숍(Finnish Design Shop)이 사옥 겸 물류센터를 연 것. 피니시 디자인 숍의 대표 티무 키스키(Teemu Kiiski)에게 새로운 물류센터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피니시 디자인 숍 물류센터의 쇼룸 공간 ©Suvi Kesäläinen

Interview with 티무 키스키

피니시 디자인 숍 대표
피니시 디자인 숍의 CEO 티무 키스키

— 피니시 디자인 숍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2004년에 설립된 피니시 디자인 숍은 핀란드와 노르딕 디자인 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스토어입니다. 핀란드는 세계 행복 지수 리포트에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데, ‘북유럽식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제품(Pieces of Nordic Happiness)’을 판매하겠다는 저희의 슬로건과도 연관되어 있죠. 저희의 웹사이트를 찾는 고객들은 지적이면서 확고한 지향점이 있지만 시간 자원이 부족한 분들이거든요. 최고의 핀란드와 북유럽 디자인을 큐레이팅함으로써 고객이 최대한 쉽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일을 합니다. 어떤 제품을 선보이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피니시 디자인 숍 물류센터의 쇼룸 공간 ©Suvi Kesäläinen

— 2004년에 시작해서 이제는 멋진 물류센터를 지을 만큼 사업이 성장했네요. 피니시 디자인 숍의 성장 과정이 궁금해요. 

첫 사무실과 창고는 투르쿠 도심에 있는 오래된 은행의 다락방이었어요. 20평도 되지 않았죠. 이후 매출액이 매년 40% 이상 성장하면서 이사를 거듭했는데 특히 2009년부터 이 물류센터를 짓기 전까지 사용했던 공간이 꽤 좋았어요. 오래된 산업시설 부지였는데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벽을 허물면서 공간을 늘려갔죠. 그리고 철거할 벽이 외벽밖에 남지 않자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할 때라는 걸 직감했어요. 처음엔 개조해서 쓸 수 있는 오래된 건물 위주로 물색했지만, 우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곳이 없더군요.

물류센터 내부 공간 ©Mikko Ryhänen

— 현재 몇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죠?

총 165명의 직원이 있고, 그중 100명은 투르쿠에서, 나머지는 헬싱키의 사무실에서 근무합니다. 투르쿠 도심에서 새로운 물류센터까지 6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버스를 타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통근합니다. 

 

 

— 건물이 숲 안에 있다고 들었어요. 그 숲이 꽤 특별하다던데.

건물 부지가 폼폰라카(Pomponrahka)라는 자연보호구역 옆에 있어요. 이 지역은 이소수오 늪지대의 윗부분과 폼폰라카 늪지대 아랫부분에 걸쳐 있죠. 국가 진흙 보존 프로그램의 일부기도 해요. 또 희귀한 나비와 거미, 곤충이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핀란드에 서식하는 600여 종의 거미 중 3분의 1 이상이 폼폰라카에서 발견될 정도랍니다.

물류센터 내에 있는 직원들을 위한 공간 ©Mikko Ryhänen

— 인테리어는 조아나 라이스토(Joanna Laajisto)에서 진행했어요. 왜 이곳에 의뢰했나요?

서로 디자인, 미학,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전부터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었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요. 인테리어를 부탁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물류센터 파사드 ©Anders Portman

— 건물의 파사드는 아반토 아키텍(Avanto Architects)에서 맡았네요. 헬싱키의 유명한 사우나 로울루(Löyly)를 설계하기도 했죠.

새 건물을 짓기 결정하고 레퍼런스를 찾기 시작했어요. 물류센터의 경우 잘 지은 사례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우연히 아반토 아키텍이 설계한 핀란드의 주류 브랜드 키뢰(Kyrö)의 증류소를 알게 되었고 그 건물을 직접 살펴본 뒤 작업을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레스토랑 전경 ©Mikko Ryhänen

—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건물 주변 숲과 뒷마당에서 채집한다고요. 어떤 메뉴를 주로 선보이나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야생 버섯, 타라곤, 장미, 트러플, 블루베리 등이 들어간 세 가지 코스 메뉴를 제공했어요. 핀란드 전통 방식으로 만든 뮬드 와인인 글뢰기(glögi)와 스프리츠를 혼합한 와인 스프리츠로 시작하죠. 메인 디쉬는 당일 들여온 해산물이나 비건 셀러리악 슈니첼이고요. 비건 옵션은 점심 메뉴에서도 항상 찾아볼 수 있죠. 특히 저는 리조또를 즐겨 먹어요. 그동안 제철 채소와 허브를 재료로 수십 가지 버전의 리조또가 메뉴로 나왔죠. 

 

 

— 팬데믹 이후, 대부분 사람은 더 이상 사무실에 가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업들은 직원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핀란드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핀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뿐 아니라 아름답고 기능적인 환경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 셰프 사미 톨버그(Sami Tallberg)에 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왜 그와 일하기로 결심했죠?

그의 음식 철학은 우리가 디자인을 보는 방식과 아주 잘 맞아떨어져요. 저는 모든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독특한 디자인 감각을 불어넣고 싶거든요. 좋은 디자인이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핀란드의 자연보호구역 옆에 건물 부지를 선정한 것도 우리의 협력에 시너지를 가져온 것 같아요. 조금 느끼하지만,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물류센터 내부 공간 ©Mikko Ryhänen

— 온라인 편집숍인 셈인데, 레스토랑과 사무공간, 쇼룸까지 신경 써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디자인을 주도하는 회사이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그 가치를 가시화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잘 설계된 업무 환경은 직원들의 웰빙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요. 

 

 

— 팬데믹 이후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있다고 느끼는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집에 투자하죠. 집 그리고 아늑함을 중심으로 형성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은 코비드 이후에 더 가정 중심적으로 바뀌었어요. 집을 개조하고, 가구를 다시 만들고, 데코레이션에 열중합니다. 북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흐름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우선 팬데믹 이후에 전반적으로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록다운이 한창일 때에는 책상, 의자 같은 홈 오피스 제품이 엄청나게 팔렸고요.

 

 

— 최근 주목하고 있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어디인가요? 

바르니(Vaarnii)와 헤트키넨(Hetkinen) 두 브랜드 모두 핀란드산 소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요. 바르니는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나무 고유의 우아한 미학을 잘 살린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듭니다. 모나 아이소투파(Mona Isotupa)가 2018년 설립한 헤트키넨은 북유럽의 숲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 재료로 화장품을 선보이는데요. 2021년 피니시 디자인 숍의 FDS 어워드 디자인 경쟁에서 파인 립밤 콘셉트로 1위를 차지했고요. 피니시 디자인 숍에서 이미 수백 개의 브랜드 소개하고 있는데 이 두 브랜드의 성장이 특히 기대되네요.

신정원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Juni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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