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3

사우디아라비아가 꿈꾸는 미래 도시, ‘네옴시티’

친환경 스마트 도시부터 미래 휴양 도시까지
산유국으로 유명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에 의존적인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탈 석유화'를 주장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사람들은 이를 허황된 꿈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두바이를 중심으로 부동산 산업과 투자 산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UAE는 중동을 대표하는 나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한때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며 잠깐 주춤했었으나, 여전히 UAE의 도전은 중동 국가의 대표적인 경제 발전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audi2030/

UAE의 발전을 본받아,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탈 석유화를 꿈꾸며 거대 도시를 만들 계획을 밝혀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016년 사우디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경제를 다각화하여 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 프로젝트를, 2017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인 ‘네옴(Neom)‘의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약 1조 달러(약 1,437조 원)가 투자될 것이며, 도시의 규모는 26,500 제곱킬로미터(약 80억 평)로 서울의 43배 크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NEOM

이어 사우디 정부는 2021년에는 네옴시티의 중심부에 건설되는 저탄소 친환경 스마트 도시 ‘더 라인(The Line)’과 바다에 세워질 첨단산업단지인 ‘옥사곤(Oxagon)’을, 올해에는 사우디에서 가장 높은 산맥에 만들어질 미래 휴양 도시 ‘트로제나(TROJENA)’ 프로젝트를 차례대로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네옴은 큰 꿈을 꾸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삶, 일 그리고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데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과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neom.com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이름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맨 처음 선정된 이름의 후보군은 자그마치 2,000개에 달했다. 이 중에 추려서 150개, 이어 5개로 후보가 정해졌으나 최종으로 선택된 이름은 없었다. 결국 이름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가 회의를 열기에 이른다. 회의를 통해 아랍어로 ‘미래(Mustaqbal)’의 첫 단어인 ‘M’이 이름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이 M에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NEO νέο’가 결합했고, 최종적으로 ‘네옴(Neom)’이라는 이름이 프로젝트에 부여되게 된다.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은 사우디의 국방장관과 제2부총리를 역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수석 경제 개발 담당 이사회의 의장인 그는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성 있는 친환경 도시를 짓는 것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고, 이어 도시 건설을 위한 네옴컴퍼니(Neom Company)를 설립했다.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사막 위에 세워질 혁신적인 도시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만큼, 그의 행동과 말에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매년 왕세자가 개최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 FII 행사가 최근에 열린 가운데,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기업들을 비롯하여 1000명 이상의 글로벌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며 그 열기를 인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행사에 별도의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다음이어서 더더욱 눈길을 끄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네옴시티의 중심이 될 스마트 도시인 ‘더 라인’이다. 이 도시가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건축 디자인에 있다. 사우디 북서쪽을 가로질러 170km 길이로 펼쳐지는 이 건축물은 그 길이에 비해 폭이 단지 200m에 불과하다. 사막 위에 세워지는 ‘거울 벽’처럼 보이기에 충분한 디자인이다. 이렇게 건물을 설계한 이유는 건물을 통해 내부의 공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건물 내부에는 물길이 만들어지고 숲이 조성되어 마치 오아시스처럼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와 더불어, 이 디자인은 도시의 이름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충분하다.

사진 출처: neom.com

완공 시 900만 명의 거주자가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거주 단지가 될 이 도시는 운송 시스템을 활용하면 20분 이내에 도시의 양 끝을 이동할 수 있다. 걸어서 5분이면 도시의 어디든 갈 수 있으며, 2분이면 자연으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다.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구동되는 이 도시는 거대한 인공 달이 도시를 밝히고, 녹색 전력이 1년 내내 도시의 기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축물 겸 도시의 계획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도시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옥사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산업 단지로 지름 7km의 팔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적의 토지 이용을 추구하기 위해 설계된 디자인이다.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해 만들어질 이 산업 단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구조물이 될 것이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물류 단지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주변에 있는 수에즈 운하가 세계 해운 교역량의 13%가 지나가는 핵심 무역로인만큼, 옥사곤의 위치와 역할이 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neom.com

이 단지 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및 로봇을 활용한 물류 분류, 드론이 활용되는 운송 방식이 활용될 예정이며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보다 빠른 물류 수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디지털 기술을 통한 완전 통합 항만·공급망 생태계로 운영될 이 항구는 실시간 운송과 세계적인 수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운영 방식을 통해 네옴시티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중심이 되는 물류 관리 단지로 우뚝 설 예정이다.

사진 출처: neom.com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될 예정이며, 항만·물류·철도 운송시설이 통일되어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더불어 혁신을 중심으로 한 협업 환경이 구축되어 인류의 삶을 개선할 혁신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캠퍼스가 지어진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 프로젝트이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트로제나’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막에서 동계 스포츠 게임이라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휴양도시는 해발 1500-2600m에 있는 산맥에 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산악지대는 사우디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10도가 낮으며, 겨울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고 한다.

사진 출처: neom.com

도시의 관문이 될 ‘더 볼트(The Vault)’를 시작으로 인공 호수, 호텔, 스키 리조트, 전망대, 레지던스 등이 함께 조성되어 다채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네옴컴퍼니 측에서 선보이는 예상도와 더불어 계절마다 즐길 수 있도록 계획된 액티비티, 휴양 프로그램을 보면 절로 이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 지역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옴컴퍼니와 왕세자가 제시하는 네옴시티의 모습은 미래 도시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듯하다. 스마트한 첨단 기술이 집약된 도시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 계획이 너무나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를 짧은 시간 내에 성공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이미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일부 아이디어가 과학 소설이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차용되었다는 점은 물론이고,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과 협업으로 유명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선 크롤리(Nathan Crowley)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NEOM

그와 더불어 환경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 상상력만 키워 놓은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감이 프로젝트를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물 부족 국가로 유명한 사우디가 재생 에너지로만 담수화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화석 연료를 많이 쓰기로 유명한 나라인 점도 이 논란에 걱정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주변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건축물들 너무나 많기에, 과연 프로젝트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획대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 출처: dezeen.com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에 비해 현재 진척된 것이 별로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기 충분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현재의 상태를 보면 과연 이들이 호언장담한 기한 내에 도시가 완성될지 의문이다. 그와 더불어 오랫동안 지속된 종교 문제로 인하여 생겨나는 부패와 인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우디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프로젝트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수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비전 2030과 네옴시티의 진행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와 더불어 더 많은 계획들이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집트, 그리스와 공동으로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에도 나섰으며, 2030년 엑스포 개최를 두고 부산, 로마와 경쟁 중이다. 2034년에는 하계 아시안 게임도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처럼 네옴시티가 과연 사우디아라비아를 부흥시킬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때다.

박민정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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