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비행기 객실 디자인의 변화

기내 디자인의 기술과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가 조금씩 세력이 약해지면서, 다시 해외 여행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주변에는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항공사들도 고객들을 태울 비행기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여행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비행기 시설을 주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이전부터 있어온 일이지만, 최근 항공사들이 시행하는 개선 방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이전에는 주로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위주로 개선이 있어왔다면, 요즘에는 이코노미 클래스까지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개선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unsplash

이는 여행객들이 이전보다 비행기의 시설에 관심을 두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도착지에 가는 것만으로만 만족했다면, 이제는 이코노미 좌석이라도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비행기가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똑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최근 항공사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디자인들을 보면, 이런 트렌드들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의 ‘스카이네스트’

이코노미 좌석에서도 두 발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최근 이코노미 좌석에서 장거리 여행을 하는 승객을 위한 특별한 좌석 디자인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이코노미 여행자용 수면실’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스카이네스트 (Skynests)’는 항공사가 최근 새로 들일 것으로 계획 중인 보잉 787-9 드림라이너(Boeing 787-9 Dreamliners)에 장착될 것이라고 한다. 앉기에도 벅찬 이코노미 좌석에 수면실이라니, 얼핏 들어서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항공사는 이를 위한 홍보자료를 공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 출처: airnewzealand

스카이네스트는 싱글 침대 6개가 하나인 공간이며, 가로 세로 약 58 X 203 cm 크기의 침대가 3층으로 V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침대에는 배게, 담요가 마련되며 침대 주변으로는 독서등, USB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어 수면 외에 다양한 활동을 돕는다. 또한 각 공간마다 승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커튼이 마련되어 있다. 이코노미 좌석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 공간이다. 홍보 콘텐츠에서는 누워서 책을 읽거나, 편안하게 잠을 자는 승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airnewzealand

하지만 이 공간은 이코노미 좌석의 전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 뒷부분에 설치될 것이기 때문에 이 침실을 이용할 수 있는 승객은 6명이 전부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비지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사이에 있는 새로운 등급의 좌석처럼 보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착륙 시에 모든 승객이 앉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수면실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또 다를 수 있기에 실제 사용기가 기다려지는 객실 디자인이기도 하다. 스카이네스트는 2024년부터 출시될 신형 에어뉴질랜드 보잉 787기에 먼저 설치될 예정이며, 기존 비행기에는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설치될 예정이다.

핀에어의 새로운 객실 디자인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을 비행기 전체에

핀란드의 국적 항공사인 핀 에어는 올해 초 대대적으로 객실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핀 에어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되는 개선 작업을 통해 비즈니스 클래스에 신규 디자인을 도입하며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신설하고, 이코노미 클래스의 좌석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자연을 기반으로 한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핀란드의 국적기답게, 개선된 객실 곳곳에서는 인체공학적이면서도 핀란드의 자연을 생각하게 만드는 부드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출처: finnair

핀 에어 고객 부문 제품 디자인 총괄자인 데이비드 콘도(David Kondo)는 “흔히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여행을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핀 에어는 기내 좌석부터 식기까지 북유럽의 감성을 오롯이 녹여냈습니다.”라며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안락한 공간과 실용적인 수납공간이 핀에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입니다.”라며 객실 디자인을 소개했다.

사진 출처: finnair

항공사가 추구하는 핀란드의 디자인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바로 비즈니스 클래스다. 편안한 여행과 더불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쉘 디자인으로 좌석이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결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좌석은 승객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모습이다.

사진 출처: finnair

비즈니스 클래스 외에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이코노미다. 기존의 이코노미 좌석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앉아서 비행기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 좌석에서는 마음껏 좌석을 뒤로 제쳐도 좋고, 영화를 보며 다리를 마음껏 펼치거나 구부려도 된다. 이코노미 좌석보다 훨씬 커진 모니터는 영화 감상할 때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목을 완벽하게 지지해 주는 메모리 폼 쿠션이 있어 잠을 청할 때도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출처: finnair

핀 에어에서 제공하는 어메니티에서 또한 실용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북유럽 디자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즈니스 클래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 파우치와 수면 마스크에 세계적인 패턴 디자인 회사 마리메꼬(Marimekko)의 패턴을 만나볼 수 있다. 항공사 사이트에서는 이들에게 적용되어 있는 패턴과 더불어 패턴 디자이너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어메니티에 포함되어 있는 보습 크림, 립밤 등은 자연주의 스킨케어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라부르켓(L:a Bruket) 제품이다.

버진애틀랜틱의 ‘리트리트 스위트’

하늘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영국의 제2 국적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은 2019년에 에어버스 A330-900 네오(Airbus A330-900 neo) 16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항공사는 호화로운 여행이 가능한 객실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항공사가 스스로 “새로운 혁신”이라 일컫는 객실 디자인, ‘리트리트 스위트(Retreat Suite)‘는 항공사 역사상 가장 넓은 스위트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전면에 2개의 전용 스위트가 있는 비행기는 2022년 9월에 첫 선을 보일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corporate

이 스위트는 완전히 평평한 침대로 변환되는 6피트 7인치 (약 2미터)의 좌석이 있어 장시간 여행에도 완벽한 휴식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각 스위트룸에는 여분의 좌석이 딸려 있어 최대 4명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이 공간은 승객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며,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corporate

그와 더불어 블루투스가 연동되는 27인치 터치스크린이 내장되어 있어 끊김 없이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항공사에서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비행기가 아니라 호텔 내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넓고 쾌적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버진 아틀란틱은 이 광활하고 여유로운 객실 외에도 새로운 어퍼 클래스 스위트를 추가로 소개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스위트 또한 일반 좌석보다 더 많은 휴식 공간과 수납 공간을 가지고 있어, 승객들에게 비행기로 여행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corporate

버진애틀랜틱의 고객 및 운영 최고 책임자인 코닐 코스터(Corneel Koster)는 “우리는 객실 설계의 모든 세부 사항과 고객의 여정에 대한 모든 단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우리는 최첨단 A330 네오를 공개하고 고객 경험의 진화를 보여주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의 고객들 모두는 그들이 여행하는 클래스에 상관없이 프리미엄 경험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며 항공사가 새로 선보이는 고급스러운 기내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비행기 실내 디자인계의 오스카상,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

항공사가 선보이는 새로운 디자인과 시설이 궁금하다면?

항공사가 새로운 비행기와 내부 시설을 선보일 때마다 여행을 가고 싶은 설레는 마음을 누를 수 없다. 그만큼 새로운 기내 디자인은 늘 새롭고 신선하다. 항공사들이 공개하는 디자인 정보도 좋지만, 더 많은 디자인 정보가 궁금할 땐? 바로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를 보면 된다. 비행기 실내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이 상은 비행기 디자인에 혁신을 가져온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수여하는 세계적인 시상식이다. 이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얻은 디자인들은 현재 기내 디자인과 기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존재라고 여겨도 무방할 정도다.

사진 출처: teague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는 객실 콘셉트, 객실 시스템, 전자 시스템, 친환경 객실, 재료 및 구성 요소 등 8개 부문에 걸쳐 뛰어난 디자인에 상을 수여한다. 28명의 전문가들의 심사로 결정되어 수상한 우승작들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다. 우승작뿐만 아니라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만큼, 그 열기가 뜨겁다. 올해 수상작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객실 콘셉트 부문에서 수상한 티그(Teague)와 노르담(Nordam)의 ‘엘리베이트(Elevate)‘이다. 집처럼 안락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회사 티그와 항공 우주 제조 선두업체인 노르담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사진 출처: teague

디자인 회사는 노르담의 항공 기술에 대한 노하우 덕분에 기존의 객실 디자인의 제약을 해소할 수 있었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허 받은 기술로 가구 및 시설을 벽에 부착함으로써 기체에서 객실이 떠 있게 한 아이디어는 놀라운 혁신을 가져왔다. 덕분에 기존 대비 많은 공간이 생겼고, 승객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벽에 붙어 있어야 하므로 매달려 있는 시설들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고, 유지 관리가 편하도록 단순한 구성 요소로 디자인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객실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결과적으로 비행기의 연료를 적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teague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또한 개선되었다. 객실 공간에는 좌석 칸막이, 일체형 플로팅 가구, 벽걸이 TV, 머리 위 선반 등이 효과적으로 구성되면서 승객들이 마치 안락한 집에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특히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높은 좌석 칸막이 덕분에 프라이빗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심미성, 기능성, 환경 지속 가능성 모두를 고려한 디자인은 수상과 동시에 미래 비행기 객실의 청사진으로 인정받으며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진 출처: collinsaerospace

그 다음으로 눈여겨볼 만한 디자인은 고객 편의 부문에서 수상한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Collins Aerospace) 사의 ‘스페이스 칠러 (SpaceChiller)‘이다. 이들은 항공기 내부의 다양한 시설에 맞게 확장할 수 있는 모듈식 열전 냉각 시스템을 개발해 수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승무원의 휴식공간과 객실 공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비행기에 냉장 시설을 둘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위해 회사는 전력 소비를 최대 50%까지 줄이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열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승객들을 위한 식료품을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 이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들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의 수상작들을 보면 비행기 디자인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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