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3

좋은 음악을 듣고 싶게끔, EBS 스페이스 공감

한국의 공영방송에도 좋은 음악 큐레이션이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많은 공연이 사라졌고, 음악을 듣는 방식도 변했다. 많은 사람이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하며, 그러면서도 라이브를 향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쉽지 않은 환경의 변화를 겪어야 했던 것이 인디 음악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공연장이, 무대가 사라졌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온스테이지처럼 새로운 음악을 서포트해 주고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쿤디판다 - A.A's Record 무대
쿤디판다 - 백 점짜리 답안 무대
쿤디판다 - 쿨가이 킷트 무대

EBS에서 꾸준히 진행해온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 역시 그러한 소중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좋은 음악, 새로운 음악을 무대를 통해 선보여 온 공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 얼마 전, 그러니까 올해를 기점으로 공감은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쿤디판다라는 젊은 거장에 가까워진 래퍼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부터 그 변화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기존에 한 음악가의 무대를 만들어 공연 형태의 라이브를 제공하는 것에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공감은 쿤디판다라는 래퍼가 지닌 정체성은 물론 그가 가사적으로, 나아가 삶의 철학에 있어서 진지한 동시에 높은 예술성을 획득했음을 비주얼로 완성해서 보여줬다. 한국의 공영방송에서 이토록 음악가와 음악의 멋을 잘 캐치하고 선보였던 경우가 있을까 짚어보면 이 정도의 퀄리티에 해당하는 사례는 결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스케일 큰 무대와 인력을 활용한 무대는 단순히 멋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타인들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또 그것을 때로는 순응하며, 때로는 바꿔 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을 무대가 비주얼적으로 구현해냈다. 단차가 높은 계단과 소파, 사방이 문으로 되어 있는 듯한 조명 설계까지. 음악을 듣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여기에 쿤디판다의 라이브 실력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언오피셜보이 - unofficialboyy pt.2 무대
언오피셜보이 - 잿더미 무대

이후 공감은 언오피셜보이를 또 한 번 내세우며 쿤디판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그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듯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까지 캐치하여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색감과 래퍼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의 멋부터 진지하게,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경청할 수 있게 흑백의 화면 속 단과 그의 목소리까지 한 음악가 안에서도 여러 모습을 자연스럽게 각각의 곡의 비주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큐브 콘셉트의 공간에 네온 컬러는 기존에 래퍼들이 해온 레퍼런스이지만 소화하기 쉽지 않은 만큼 좀처럼 쓰진 않아 왔는데 언오피셜보이는 이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그 외에도 좀 더 거친 느낌의, 힙합이라는 장르와 문화가 꾸준히 가져온 비주얼을 풀어내서 앞의 쿤디판다와는 또 다른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미스피츠 - 사랑할 수 없는 무대
진저 - 책갈피 무대
모스크바서핑클럽 - 지진관측소 무대
TRPP - Limbo / Sins 무대

공감이 시도하는 또 하나의 시도는 바로 스페이스 바(Space Bar)다. 키보드에서 띄어쓰기를 할 때 쓰는 그것과 언어유희로 사용한 것이지만, 하나의 콘셉트 아래 여러 음악가를 유기적으로 선보이며 장르의 매력이나 특정 무드, 아이덴티티까지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 시도했던 것은 여성, 남성 알앤비/소울 음악가를 선보인 것이었고 이어서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음악가, 밴드, 부산의 음악가들까지 공감은 뚜렷한 키워드,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해야 할 주제를 토대로 좋은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중이다. 초기 알앤비/소울 음악가를 선보일 때는 그 음악가의 정서에 맞는 톤의 영상으로 추천을 풀어냈다. 그래서 미스피츠에서는 좀 더 석양의 자연광과 싱어송라이터의 표정에 주목했고, 진저의 경우 음악가가 풀어내는 음악을 자연이라는 배경과 함께 묶었다. 공연장으로 돌아와서도 밴드의 무대는 좀 더 홍대 공연장 특유의 무드나 음악이 지닌 표현에 맞게 무대 미술을 풀어내는가 하면, 가사가 중요한 음악은 좀 더 적은 무대 설치로 음색, 노랫말에 집중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한다.

김승민 - Chase the Star 무대
찬주 - My dear 무대

외에도 레이블 특집으로 마미손의 뷰티풀 노이즈를 선보이는데, 레이블에 다양한 음악가가 있는 만큼 그 음악가의 특징에 맞게 영상을 구성했다. 그래서 김승민, 지올 팍, 찬주 등 전혀 다른 개성의 음악가들임에도 각자의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김승민의 경우 힙합과 싱랩의 무드를 살리면서도 찬주의 경우 보컬이 지닌 톤을 영상의 톤과 로케이션으로 살렸다. 아마 이 영상을 본 전후로 찬주에 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강재훈, 김참치, 이하림, 임채선 - C Jam Blues 무대
이태훈 - 들판 위에 핀 무대

외에도 공감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인데, 특정 장르의 음악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재즈의 경우 잼 세션을 선보이며 재즈 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한 가지 악기 군이 한데 모여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형식은 공감이기에 만들 수 있는 재미다. 여러 피아노와 신스를, 혹은 여러 관악기를 한데 모아 놓고 이들끼리 만들어내는 합과 긴장을 담아내는 것은 좋은 판을 깔아주고, 그것이 정말 흥미로운 것임을 화면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공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를 음악으로 풀어냈는데 음악가 각자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진지하게,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좀 더 이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게끔 설득력 있게 담아낸 평화의 노래는 다큐멘터리처럼,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전달된다.

최근 공감은 관객을 받기 시작했고, 이제 공감은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다. 물론 그 사이에 어떤 특집이 또 이어질지, 혹은 어떤 연출과 미술의 무대가 등장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음악을 보고 싶고 또 듣고 싶게끔 선보인다는 점이다. 영미권 공영방송 못지않게 좋은 음악을 고르는 것 또한 확실하다.

박준우 객원 필자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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