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1

스트리트 컬처가 깃든 아웃도어 기어, 하이드오프

숨김과 드러냄 사이 하이드오프가 균형을 잡는 법
숨기지 않고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소신과 서브컬처를 통해 숨어버리겠다는 방향성이 녹아들어 하이드오프(HIDEOFF)가 탄생했다. 이들이 정의한 스트리트 컬처는 아웃도어 기어에 깃들며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개성을 부여한다. 자연 속에 있는 하이드오프를 보라.
© designpress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고동혁 대표와 오랜 기간 패션 제조 일을 해왔던 김동욱 대표는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라는 취미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이들은 오래 알고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성향과 관심사를 알아갔다고 했다. 고동혁 대표가 보기에 김동욱 대표는 ‘이거다!’ 싶으면 바로 실행하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김동욱 대표가 보기에 고동혁 대표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문화 예술에 대한 경험과 조예가 가장 깊은 사람이었다.

(좌) 고동혁 대표 (우) 김동욱 대표

서브컬처를 즐긴 두 대표가 만들어낸 하이드오프. ‘숨는 것을 끝낸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숨어버리겠다’라는 중의적인 표현으로도 쓰일 수 있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부합하는 명칭이었다. 김동욱 대표가 먼저 사업을 제안했을 때, 그의 경험치와 추진력을 높이 평가해왔던 고동혁 대표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두 대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대가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좌) 스몰 밤 밀리터리 가스 히터 (우) 1P 밀리터리 테이블 © designpress

“사업 승낙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라고 하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니까 몸이 힘들었다는 점이에요.” 두 대표는 자금 마련을 위해 종잣돈으로 모아둔 적금 1000만 원을 깼다. 아끼고 아껴서 숭인동,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에 사무실을 얻었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두 대표가 사업을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 사업에 대한 일종의 공통적인 소신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저희는 성향은 달라도 겹치는 부분이 의외로 많아요.”

페이즐리 화이트 체어 커버 © designpress

사업을 추진하기 전부터 이들의 관심은 아웃도어보다도 패션과 제조에 굵직한 방점이 찍혀 있었다. 고동혁 대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게임 회사에서도 일했지만, 자신의 삶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분야는 패션이었다고 말한다. “전공은 생계 수단이었고, 여가를 패션에 많이 쏟았죠. 그러다가 가죽공예도 하게 되었어요. 옷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반면, 김동욱 대표는 소위 동대문 시장 상인부터 시작해 패션 분야 프로모션, 브랜드 납품까지 한 사람이다.

카고 월렛 © designpress

패션과 제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한 이들은 아웃도어 기어를 만드는 방법보다 먼저, 스트리트 컬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올드스쿨, 테크 웨어, 고프코어(아웃도어로 입는 옷을 평범한 일상복과 매치해 개성 있는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 등 스트리트 컬처에서 사용하는 디자인 방법과 패턴도 충분히 아웃도어 기어로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실질적인 질문에 도달했다. “제가 아웃도어를 좋아하고 캠핑을 오래 하다 보니까 옷과 기어를 같은 위치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기존에 이런 물건 없었잖아.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꺼내놨을 때 다른 제품과는 다른 물건을 만들어보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좌) 체커플래그 파일드라이버 (우) 폴리곤 육각 테이블 © designpress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스타일

 

하이드오프만의 스트리트 컬처는 어떻게 제품으로 실현되고 있을까?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패턴 중 하나는 체커보드다. 평소 고프코어 스타일을 즐겨 입는 김동욱 대표는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많이 입는 옷이 무엇인지 살폈다. “체커보드 패턴의 제품은 실제로 제가 많이 입는 형태이고, 서브컬처나 스트리트 컬처에 늘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고동혁 대표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체커보드 패턴의 티셔츠나 신발이 흔하지 않았어요. 굉장히 힘들게 사서 입었습니다.”

체커보드 패턴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어려운 상황도 있다. 하이드오프는 제품의 구상부터 디자인, 재료 선정, 수급 등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개입한다. 체커보드 패턴은 격자무늬이기 때문에 수평, 수직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삐뚤어지기 때문이다. “타 회사들이 체커보드 패턴의 제품을 안 만들려고 해요. 제조를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공장 측에서 꺼려 합니다. 수평, 수직이 어긋나면 패턴이 안 나오거든요. 처음에 체커보드 보냉백을 제작한다고 공장 측에 제안했을 때 아무도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단을 저희가 직접 한 거예요. 그제야 같이 일을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제조에 깊게 관여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위부터) 쿼카탄, 밀리덕 카모, 타이거캣 카모 필드매트 © designpress

제조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하이드오프만의 개성을 공고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대표는 재료만큼은 타협을 안 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파일드라이버의 경우, 서로 다른 형태의 재료들이 조합된 제품이에요. 가죽, 철강, 봉제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공장에 맡기면 만들어내기 어렵죠. 파일 드라이버의 버클은 수작업이 들어가야 해요.” 필드 매트 역시 마찬가지다. “내구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난 코듀라 원단에 고밀도 웨빙 스트랩을 적용해요. 모서리에는 황동 아일릿을 사용해 고정할 수 있도록 했고, 매트 하단부에는 방수 기능을 위해 우레탄을 코팅해 제작했습니다. 버클은 국내산 우진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 마감과 내구성을 높이고 있어요.”

사진 제공: 하이드오프

과감한 대비를 지향한다.

 

두 대표는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 요소를 고민한다. “캠핑 기어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면 캠핑용품을 연구하잖아요. 근데 저는 살짝 벗어나거든요. 저희는 스트리트 문화를 기조로 캠핑 기어를 제작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소식도 많이 봐요. 특히 과감한 색채가 대비를 이루는 형태들에 주목합니다.” 두 대표는 펼쳐놓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그 중심에 색감의 과감함이 있다. “캠핑 영역에서 컬러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항상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희는 자연이라는 캔버스 위에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싶어요.”

파격적인 것을 시도하고 싶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싸늘할 때도 많다. 고동혁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운영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희 같은 서브컬처 브랜드가 대중과 소통하며 제조업을 해나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한 도전이에요. 스마트스토어에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여러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과감함이라는 범주와 소비자들의 니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합니다.”

하이드오프는 카멜레이스 모터사이클 행사에 정기적으로 후원, 참여하고 있으며 모터사이클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아웃도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등의 라이딩 문화에 힘을 싣고, 다양성을 제품에 녹여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 사진 제공: 하이드오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저희는 서브컬처 영역에서 모터사이클 레이싱 행사나 모터 캠핑 행사 등을 조금씩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문화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더불어 하이드오프만의 장소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리점이 몇 군데 있는데 모든 제품을 갖고 있지는 않거든요. 아직 뚜렷한 윤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드오프만의 방향성을 녹여보고자 합니다.”

기획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하도경 기자

사진 이정민(제품), 이우경(인물)

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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